65세 계속 고용의무화, 좋은데… 왜 임금체계 개편은 빠졌을까?
최근 정부는 정년(60세) 이후에도 기업이 노동자를 계속 고용해야 하는 ‘계속 고용의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시대, 고령자에게도 일할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은 분명 시대적 요구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이 정책 발표를 두고 노동시장 안팎에서는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계속 고용은 의무화하면서, 왜 임금체계 개편은 빠졌는가?”
고용만 늘리고 임금은 그대로?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죠. 정년을 넘겨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라는 것은, 이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기업이 고령 근로자의 높은 임금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년 이후 고용을 꺼리거나, 비정규직 전환 등 우회책을 쓰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고용은 유지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일본은 임금체계와 함께 바꿨다
이와 비슷한 제도를 이미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해답이 보입니다. 일본은 2013년부터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지만, 동시에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도 병행했습니다. 나이보다 일의 성격과 성과 중심으로 급여를 책정하게 만든 것이죠. 이로 인해 기업은 고령 인력을 부담 없이 고용할 수 있었고, 고령자들도 새로운 역할에 맞춰 합리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용만 늘려선 ‘세대 갈등’ 커질 수도
임금체계를 손대지 않고 고용만 늘리면, 결국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임금 상승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인건비 안에서 고령자 임금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청년층 고용 기회가 줄어드는 ‘세대 갈등’ 문제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년 이후 고용은 단순히 복지의 연장이 아니라, 생산성과 역할 재설정이 필요한 구조 변화입니다. 그 변화의 핵심이 바로 임금체계 개편인데, 이 논의가 빠졌다는 점은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정책, “절반의 개혁”에 그쳐선 안 된다
계속 고용 의무화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향입니다. 하지만 제도만 도입하고 구조는 그대로 둔다면 실효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임금체계 개편 없이 고용의무화만 추진하는 것은 절반의 개혁에 불과합니다.
고령사회로의 전환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년 이후 노동시장에 대한 총체적 리디자인입니다. 고용 연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 임금체계 개편도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정부와 사회가 함께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