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25년 동안 콜레스테롤 약을 꾸준히 드셨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근육이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다고 하세요. 무력감도 심하시고요. 혹시 약 때문일까요?"
71세 남성분의 이 안타까운 사연은 비단 특정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인해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육 관련 부작용은 가장 흔하면서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연 25년간 약을 드신 이 남성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콜레스테롤 약(스타틴)의 흔한 부작용, '근육통과 근육병증'
콜레스테롤 약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바로 스타틴(Statin) 계열의 약물입니다. 스타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근육 관련 부작용입니다.
- 근육통 (Myalgia):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특정 부위뿐만 아니라 전신에 걸쳐 쑤시거나 뻐근한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운동을 많이 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근육 약화 (Muscle Weakness): 근육통과 함께 나타나거나 단독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계단을 오르기 힘들거나, 물건을 들기 어렵고, 심하면 앉았다 일어서기조차 힘들어지는 등 근력 저하를 느끼게 됩니다.
- 근육병증 (Myopathy): 근육 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혈액 검사 시 CK(크레아틴 키나아제)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횡문근융해증 (Rhabdomyolysis): 가장 심각한 형태의 근육 부작용입니다. 근육 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면서 근육 단백질(미오글로빈)이 혈액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급성 신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변 색이 콜라색처럼 짙어지는 것이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약 복용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하거나 고용량을 복용할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이거나, 신장 기능 저하,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 왜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을까? 복합적인 원인 분석
25년간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해 오셨던 분이 갑자기 근육 증상을 호소하시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 (근감소증): 70대 남성이라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인해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스타틴 부작용과 근감소증이 결합되면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약물 용량 변화 또는 병용 약물: 최근 콜레스테롤 약의 용량이 변경되었거나, 새롭게 복용하기 시작한 다른 약물이 있다면 이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스타틴의 부작용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항생제, 항진균제, 항부정맥제 등은 스타틴과 병용 시 근육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비타민D 부족: 비타민D는 근육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령 환자에게 흔한 비타민D 부족이 스타틴으로 인한 근육 부작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다른 기저 질환의 악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전해질 불균형(칼륨, 마그네슘 등), 또는 신경근육 질환 등이 있다면 스타틴 부작용과 결합하여 근육 관련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3. '근육 흐물흐물', '무력감' 증상 발생 시 대처 방안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 약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필수적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 없이 중단할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즉시 주치의와 상담: 근육통, 근력 약화, 무력감 등 근육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콜레스테롤 약을 처방해 준 주치의나 심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 증상 구체적으로 설명: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복용 중인 모든 약물 목록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혈액 검사: 의료진은 CK(크레아틴 키나아제) 수치 등 혈액 검사를 통해 근육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의 원인을 파악합니다.
- 약물 조정 또는 변경: 검사 결과와 증상을 바탕으로 의료진은 스타틴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변경하거나, 아예 스타틴이 아닌 다른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예: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보조 요법: 의사와의 상담 하에 **코엔자임 Q10 (CoQ10)**과 같은 영양 보충제 복용이 근육통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단,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복용)
- 꾸준한 운동과 영양 관리: 전문의와 상담하여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칙적인 근력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근육 건강 유지에 중요합니다.
콜레스테롤 약은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약물이지만, 장기간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인지와 적절한 대처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 환자분들은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